비행기는 밤새 날아 새벽 5시를 넘어 칸쿤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난기류가 있었는지 가끔 위아래로 흔들려서 멀미가 나긴 했지만.
무사히 짐을 찾고 공항 환전소에서 $100 정도 환전을 하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환전소가 보이지 않았다.
ADO는 멕시코달러로 결제해야 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미리 멕시코달러를 바꿔 올 걸 그랬나 싶었다.
시큐리티에게 더듬더듬 환전소가 어딨냐고 물어 봤지만 없다고 ATM에서 뽑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연 ATM이 여러 개 놓여 있었는데 어떻게 사용해야 되는지, 사용해도 되는지 알 수 없어서 일단 보류.
아마도 멕시코 국내선 2터미널이라 환전소가 없나 싶었다.
어찌어찌 인터넷을 연결해서 찾아 보니 ADO에서 신용카드를 쓸 수 있다는 말이 있어서 신용카드로 구매해 보기로 하고 공항 카페로 쉬러 갔다.
만약에 신용카드를 쓸 수 없다면 해외 로밍을 해서 ADO 앱을 써야 한다.
쉬러 찾아간 공항 카페는 커피값이 비쌌지만 맛은 괜찮았다.
7시 반이 다가와서 ADO 오피스 앞으로 가 보니 사람들이 줄 서 있었고 버스 승강장에 간이 판매소가 열리고 있었다.
간이 판매소 앞에서 무작정 서서 기다렸다.
컴퓨터 부팅에 한참 시간이 걸리고 어디로 가냐고 물어 보길래 칸쿤으로 가는데 신용카드를 쓸 수 있냐고 물어 봤더니 뭐라고 하더니 오피스로 걸어 갔다.
뭔가 싶어서 주섬주섬 따라 갔더니 오피스에서 카드 단말기를 가져 오는 것이었다.
이 때 칸쿤까지는 갈 수 있겠다 싶어 뭔가 안심이 되었다.
7시 50분 차라 급하게 일행들을 불러 플랫폼에서 기다렸는데 50분이 좀 넘어서 ADO 버스가 도착했다.
캐리어 3개를 짐칸에 싣고 버스에 타서 지정 좌석에 앉으려고 하는데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
내 표를 보여 주니 상관 없다는 말을 해서 예전 시골 시외버스처럼 이 동네는 지정 좌석에 안 앉나 싶어서 빈 좌석에 대충 앉았다.
(이후에는 다 내 지정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공항에서 칸쿤 ADO 터미널까지는 30분 정도 걸렸다.
캐리어를 끌고 터미널을 나와서 예약해 둔 호텔로 짐을 맡기러 갔다.
이 호텔의 장점 - ADO 터미널 바로 앞에 있다.
좁은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호텔이 나와 ADO를 타거나 내릴 때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뭔가 80년대 시골 풍경 같은 거리의 호텔에 도착해서 무사히 짐을 맡길 수 있었다.
근처에 많이 있는 OXXO 편의점에 가서 우선 USIM을 사려고 했는데 아뿔싸, 신용카드로 구매가 불가능했다.
바로 앞에 환전소가 있긴 했는데 9시 반에 연다고 구글맵에 나와 있어서 시간을 떼워야 했다.
그래서 신용카드를 받는 서브웨이로 가서 샌드위치를 사 먹었다.
대충 1 멕시코달러당 80원 정도니까 샌드위치 하나에 7,000원 정도 하는 셈이라 칸쿤 물가가 실감이 되었다.
이 곳은 동남아 물가가 아니라 미국 물가였다.
대충 손가락으로 메뉴를 가리켜서 샌드위치를 사 먹었는데 맛은 또 괜찮았다.
원래 음식을 가리지 않는 편인데 멕시코 음식이랑 잘 맞는 것 같았다.
9시 반이 되어 환전소가 열어서 $100 정도만 우선 환전했다.
칸쿤보다 플라야 델 카르멘이 환율이 좋다고 해서 이따 거기 가서 추가로 환전하기로 하고 버스비 정도만 환전했다.
드디어 멕시코달러가 생겨서 OXXO에 USIM을 사러 갔다.
7일에 3기가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서 300 멕시코달러를 지불하고 USIM을 구입했다.
바꿔 끼워 보니 잘 된다.
인터넷이 되는 순간 걱정이 50% 정도는 사라진 기분이었다.
ADO 터미널에서 플라야 델 카르멘으로 가는 버스를 예매하고 - 이 곳은 또 현금만 받았다 - 플랫폼에서 기다렸다.
9시 40분 버스이지만 9시 43분에도 도착하지 않는 버스.
방송을 알아 들을 수가 없었지만 다행히 게이트 앞에 직원이 있어서 수시로 표를 보여 주고 물어 봐서 게이트를 안내 받을 수 있엇다.
ADO 버스는 지연이 자주 되는 편이었다.
칸쿤에서 플라야 델 카르멘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마야 조각상이 있는 공원을 지나면 아름다운 해변이 나타난다.
수많은 사람들이 해변에서 해수욕과 선탠을 즐기고 있었는데 해수욕 준비를 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짐을 풀기 전에 무작정 출발해서 그런 점도 있었지만 첫 날이라 간단하게 멕시코 적응을 하려고 했던 점도 있었는데 아름다운 바다를 보니 좀 아쉽긴 했다.
바다를 구경하고 다시 공원을 지나 성당 구경을 잠시 했다.
스페인식으로 지어진 작은 성당은 캄파나리오와 십자고상이 있었고 신부님도 계셨다.
잠시 산책을 하고 더위를 피하기 위해 거리마다 곳곳에 있는 알도스 Aldo's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가격은 비싼데 맛있었다.
유명한 나이트클럽이라는 코코 봉고도 구경하고.
프리다칼로 박물관도 가고 싶었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휴관일이어서 갈 수 없었다.
돌아다니다가 12시가 가까워져 들어간 식당 Fah.
밥 먹는 동안 위에서 시끄럽게 지저귀는 새.
직원 추천으로 마셨는데 맛있었던 테카테 맥주.
전반적으로 음식이 괜찮았다.
가격은 좀 비쌌는데 팁을 포함해도 미국보다는 저렴했던 것 같다.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사람과 거리 구경을 하다가 기념품 가게에 들러서 자석을 샀다.
맨 처음 산 이 자석이 앞으로 살 자석들의 기준점이 되었다.
더 돌아 다니고 싶었지만 밤샘 비행에 지쳐서 휴식을 취하러 호텔로 일찍 돌아가기로 하였다.
ADO 터미널에서 칸쿤행 티켓을 끊고 터미널 안 은행에서 $300 추가 환전 했다.
확실히 칸쿤보다 환율이 괜찮긴 했는데 사실 소액이라 이득 보는 금액은 얼마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환전할 때 여권을 요구해서 준비 안 해 갔으면 낭패를 볼 뻔 했다.
(칸쿤에서는 그냥 환전해 줬었다)
역시나 또 지연된 ADO 버스를 타고 칸쿤에 도착해서 호텔로 건너 갔다.
호텔에 체크인을 했는데 생각보다 방이 나쁘지 않았다.
짐을 풀고 근처에 제법 큰 슈퍼마켓이 있어서 먹을 거리를 사러 갔는데 아까 식당에서 먹었던 테카테 맥주를 한 묶음 집어서 계산하려고 했는데 5시가 넘었다고 팔지 않았다. (어디서 듣기로는 6시라고 했는데)
결국 라면 끓여 먹을 물, 과자, 음료수 등 간단한 주전부리만 사 와서 호텔에 복귀 했다.
돌아 다녀 보니 칸쿤이나 플라야 델 카르멘이나 관광지라 그런지 치안이 괜찮아 보였다.
길거리를 그냥 돌아 다녀도 큰 문제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준비해 간 라면을 끓여 먹고 다들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미리 미국에서 컵라면을 3일분으로 12개 정도 준비해서 갔는데 칸쿤은 컵라면 가격이 미국보다 훨씬 비쌌다.
가격이 편의점에서 사 먹기 망설여질 정도라 준비해 가길 정말 잘 한 것 같다.
출발 전에 걱정 많이 했지만 이렇게 무사히 칸쿤 첫 날이 지나갔다.